
배우 하지원, 그녀의 외모보다 더 빛났던 건 바로 ‘마음’이었습니다. 2004년, 한창 작품 활동으로 바쁜 시기였던 하지원은 예기치 못한 각막 손상으로 실명 위기를 맞게 됩니다. 당시 그녀는 배우로서의 미래는 물론, 일상의 삶조차 송두리째 흔들리는 극한의 불안을 마주했죠.

그때, 뜻밖의 편지 한 통이 그녀에게 도착했습니다. 발신자는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한 재소자. 편지 속에는 “하지원 씨에게 제 각막을 드리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차디찬 교도소 담장 너머에서 날아온 이 따뜻한 위로는 하지원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울림을 남겼고, 그녀는 결국 2005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사후 각막 기증 서약을 하게 됩니다.

하지원은 이후 방송에서 “당시 배우로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절박했다”며, “그분의 편지가 너무 고마웠고,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1년에 단 150명만 각막이식 수술을 받지만, 그중 절반 이상은 외국에서 각막을 수입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전했죠.

자신의 고통을 딛고 타인의 아픔을 보듬는 선택. 하지원은 이 결정을 결코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매니저 역시 함께 기증을 서약했고, 이 선한 영향력은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배우’가 아닌, ‘진짜 사람’ 하지원. 누군가의 세상을 밝히기 위해, 자신이 가진 빛을 내어주려 한 그녀의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