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7년, 밴드 ‘산울림’이 대한민국 음악계를 뒤흔들던 그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나 어떡해’부터 ‘개구장이’, ‘산할아버지’까지 시대를 초월하는 노래로 대중을 사로잡은 김창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아무도 몰랐던 깊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이었죠.

그는 “취하면 잔을 내려놔야 하는데 그게 안됐다”며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술 의존은 젊은 시절의 극심한 취업난과 예술가로서의 불안정한 삶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줄만 알았던 그에게 뜻밖의 구원이 찾아왔습니다. 술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아내가 ‘술을 끊으라’며 질책하기보단 운동을 권하며 묵묵히 곁을 지켜준 것입니다. 김창완은 “본인의 의지만큼이나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점진적으로 술을 줄인 끝에 이제는 한 걸음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고 고백합니다.

그의 인생에서 라디오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었습니다. 47년 동안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매일 새벽 청취자들과 함께한 그는 “지겨운 일상이 내겐 원동력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23년간 진행하던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며 깊은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석 달간 공백기를 겪은 뒤 다시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로 돌아왔지만, 그 상실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이제 김창완은 음악, 라디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불완전하고 외로운 여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용기가야말로 그의 또 다른 전설 아닐까요? 술과 불안, 그리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