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가 전성기 한가운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90년대, 이국적인 미모와 다재다능한 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배우 나현희는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조용히 자신의 길을 떠난 인물입니다.

우연히 CF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달은…해가 꾸는 꿈’의 여주인공으로 데뷔했습니다. 상대역은 당대 최고 인기 가수 이승철이었습니다. 남다른 외모 덕분에 데뷔부터 화제가 됐지만, 정작 본인은 큰 눈이 콤플렉스였다며 성형외과를 찾아갔을 정도였죠. 하지만 의사조차 “이런 고민은 사치”라며 그녀를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연기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탄탄한 가창력으로 드라마 ‘사랑을 위하여’의 OST ‘사랑하지 않을 거야’를 직접 부른 그는 가수로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드라마 ‘신비의 거울속으로’에서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을 연기하며 실제로 뮤지컬 무대까지 진출했고, 1995년 뮤지컬 ‘스타가 될 거야’로 한국뮤지컬 대상 연기상을 수상하며 그 재능을 입증했습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던 1996년, 나현희는 갑자기 결혼과 함께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뮤지컬 선배의 소개로 만난 일반인 남편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당시 “어릴 적부터 현모양처가 꿈이었다”며 연예계 생활에 대한 미련이 없음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딸을 낳고 가정에 충실하다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이의 원형탈모가 시작되자 다시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엄마의 자리를 딸에게 주고 싶었다”는 한마디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16년 JTBC ‘슈가맨’에 출연해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그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방송 이후 별다른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리꾼들은 “노래방에서 ‘사랑하지 않을 거야’ 진짜 많이 불렀는데”, “나현희 씨는 진짜 동안이시다”, “나만 나이 드나 봐요”라며 그를 추억했습니다.

스타의 삶도, 평범한 엄마의 삶도 모두 담담히 받아들이며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선택한 나현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소중한 가족을 선택한 그녀의 결심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