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았지만 강렬했습니다. 단 한 곡으로 시대의 기억에 영원히 새겨진 이름, 가수 황치훈. 그는 처음부터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1971년생인 황치훈은 만 3세에 아역 배우로 데뷔했습니다. KBS 사극 황희정승에서 어린 황희의 아들 역으로 주목받았고, 1981년 호랑이 선생님에서는 활발한 하민혁 역할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시절 그는 ‘하이틴 스타’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1980년대 드라마 200여 편에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연기 커리어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1988년, 단 한 번의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윤상이 작곡하고, 함춘호·송홍섭·전태관이 참여한 발라드 ‘추억 속의 그대’를 발표하며 가수로 전향했습니다. 이 노래는 그해 신인가수상을 휩쓸었고, 이듬해 이승기, 산들, 박재정 등 수많은 후배들이 리메이크하며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았습니다.

그는 1993년 마로니에 2집에도 참여했고, 드라마 첫사랑 OST ‘내가 너만을’, ‘널 만날 때까지’를 부르며 특유의 감성적인 음색으로 대중의 마음을 적셨습니다. 그러나 3집 이후 조용히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진 뒤에도 황치훈은 평범한 일상을 선택했습니다. 광고기획사, 인터넷 유통, 막노동까지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2005년에는 수입차 영업사원으로 새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작은 자존심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밤무대에는 절대 서지 않는다.” 화려하진 않아도, 그는 단단하게 자신만의 방식을 지켰습니다.

결혼 1년 반이 지난 2007년, 예기치 못한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그는 10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 곁에서 한결같이 간호하며 작은 손짓과 숨결에도 귀 기울였습니다.

2017년 10월, 황치훈은 향년 46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이 ‘추억 속의 그대’를 들으면 문득 그를 떠올립니다.

아역부터 하이틴 스타, 그리고 단 한 곡으로 모두의 마음에 각인된 가수. 짧고도 치열했던 황치훈의 삶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