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지막 숨을 내가 끊었다” 20년간 죄책감에 시달린 개그우먼의 고백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개그우먼 박미선 역시 그러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녀는 여전히 그날을 마음속에서 놓아주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병상에서 더 이상 스스로 숨조차 쉴 수 없던 순간,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그때의 기억이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과거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한 박미선은 뇌사 상태였던 여동생의 장기 기증에 동의하고 죄책감에 무너졌던 후배 개그맨 임성훈을 위로하다가, 자신 또한 같은 선택의 무게를 감당해 왔음을 고백했습니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산소호흡기를 떼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박미선은 그 말을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녀의 마음에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과연 그것이 아버지가 원하던 마지막이었을까요? 혹시라도 “나를 더 살려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KBS ‘거리의 만찬’에 출연해 박미선은 이 회한을 털어놓으며 20년 동안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누군가는 “그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지만, 마음의 짐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한 패널이 말했습니다. “만약 제가 당신 아버지라면, 제 딸이 나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괴로워하는 걸 더 싫어했을 거예요.” 그 따뜻한 위로에 박미선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그녀는 매년 아버지가 묻혀 계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으며, 자신에게 남은 숙제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사람의 슬픈 기억이 아닙니다. 남겨진 이들에게도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합니다. 떠나간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은 가족이 자책이 아닌 사랑으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일 테니까요. 혹시 지금도 가슴에 미안함을 품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건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