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800년 가보 들고 ‘진품명품’ 나왔다가 외모 때문에 캐스팅된 여배우

2013년,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최리는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졌습니다. KBS1 TV쇼 진품명품에 출연해 고려청자 연적을 감정받으러 갔을 뿐인데, 귀여운 교복 차림과 또렷한 말투로 스튜디오를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진품명품 여고생’, ‘진품명품 소녀’라는 별명으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TV 프로그램 출연이었지만, 이 짧은 순간이 배우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습니다. 당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무용과 3학년이었던 최리는 전혀 연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송을 본 영화감독 조정래의 눈에 띄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에서 무녀 ‘은경’ 역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두려웠지만, 직접 강일출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출연을 결심한 최리는 억울하게 죽은 소녀들의 넋을 위로하는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 작품으로 대종상영화제 뉴라이징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확실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발암캐’로 불린 박경미 역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 지은탁의 얄미운 사촌언니로 등장해, 현실적인 탐욕과 속물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며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이후 그것만이 내 세상, 이리와 안아줘, 산후조리원,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연기 폭을 넓혔습니다. 특히 산후조리원에서는 25살 미혼모 쇼핑몰 CEO라는 캐릭터로 귀여움과 진중함을 동시에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고3 시절 800년 된 고려청자를 품에 안고 교복 차림으로 나갔던 그 방송 한 번이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모두 그녀가 스스로 만들어낸 길이었습니다. ‘진품명품 여고생’에서 연기파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최리의 이야기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결국 노력으로 완성된 결과였습니다. 지금도 그녀의 성장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