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속에서 늘 든든한 아버지 같았던 배우 남일우. 드라마 ‘야인시대’, ‘쩐의 전쟁’,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았던 그는 지난 3월, 향년 86세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에겐 늘 든든한 가족이 있었고, 그중 배우 아들 남성진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였습니다.

그런 남일우에게 치매라는 고통이 찾아온 건 6년 전. 아내 김용림이 잠시 해외 촬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혼란을 겪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활력이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운동을 하지 못해 근육은 빠지고, 식사도 줄어들면서 몸무게는 38kg까지 떨어졌습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단순했습니다. “빵이 먹고 싶다…” 하지만 이미 음식조차 삼키기 힘든 상황. 가족들은 그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고, 그 말은 결국 유언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남성진은 아버지의 묘지를 찾을 때면 커피와 빵을 들고 간다고 합니다. “아직도 안 믿겨요. 어머니가 더 걱정이에요”라는 그의 말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남일우는 떠나기 전까지도 ‘배우답게’ 살았습니다. 장기 기증이 흔치 않던 1999년에 이미 시신 기증을 등록했고, 2009년에는 각막 기증까지 서약했습니다. 연기를 넘어 생의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위한 선택을 했던 그는, 진짜 ‘배우’이자 진짜 ‘사람’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제 진짜 큰 별이 졌네요”, “빵 한 조각도 못 드시고 떠나다니… 너무 마음 아프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남일우. 그 이름, 오래도록 우리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