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저는 여기 있어요"
― 40년을 돌아 다시, 마음으로 손을 뻗다
무대 위에서 그는 늘 웃고 있었습니다.
흥겨운 트로트 가락에 맞춰 손뼉을 치며,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사람.
하지만 그 웃음 뒤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이 오래도록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트로트 가수 김대성.무대가 끝나고 나면 그는 마이크 대신 전단지를 들었습니다.
빨간 정장을 입고 노래를 부른 바로 그 손으로
"혹시, 이분을 아시나요?"
라며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어머니의 이름을 적은 전단지를 전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가수가 되었습니다.”
그 말엔, 단순한 효심 그 이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진 한 장, 이름 석 자.
그것이 전부였던 사람을 찾기 위해김대성은 무대 위에서, 거리에서, 방송 카메라 앞에서 기꺼이 아들의 마음으로 서 있었습니다.
"엄마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강원도 정선, 하지만 그의 기억 속 고향은 ‘할머니 품’이었습니다.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김대성은어릴 적 아버지와도 멀게 지냈습니다.
명절에 한두 번 얼굴을 비추던 아버지는그저 맛있는 것을 사주고는 다시 떠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찾아온 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대성아, 너는... 삼남매 중에 엄마가 달라.”
그 한 마디에 어린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눈물이 쏟아졌지만, 차마 표현할 수 없었던 그 감정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에서만 곪아갔습니다.
“유명해지면, 어머니가 날 볼까 봐…”
그는 할머니와 함께 자랐고,자신이 누군가의 아들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왔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김대성은경찰서와 주민센터, SNS를 통해 어머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습니다.
“내가 유명해지면, 어머니가 혹시 날 알아보실지도 몰라.”
그 이유 하나로 트로트 가수가 되었고,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진심을 담아 외쳤습니다.
“저희 어머니, 59세 정도 되셨어요.“
“이름은 이렇고, 혹시 알고 계신 분이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그 목소리는 간절했고, 그 무대는 누군가의 ‘기다림’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를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김대성의 사연을 본 한 시청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바로, 그의 어머니였습니다.40년 만에 처음 나눈 전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만남은 곧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이미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계셨습니다.
남편이 있고,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대성과의 연락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매일 걱정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 문자를 받아든 김대성은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사정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가정이 있으셔서, 저와의 인연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우신 것 같아요.”
그 말엔 원망도, 슬픔도 아닌 그저 조심스러운 존중과 묵직한 기다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42년 기다렸습니다.“
“1년쯤 더 기다릴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의 산소 앞에 섰습니다.
“할머니, 어머니를 찾긴 했는데요...“
“그런데도 속이 이렇게 아프네요.“
“결혼하셔서, 자식이 있어서…“
“제가 있다는 걸 얘기 못 하시겠대요.“
“2~3년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셨어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김대성은 할머니에게 그렇게 속삭였습니다.
“할머니, 42년을 기다렸는데…
1년 더 기다릴 수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볼게요.”
김대성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잊혀진 이름이지만,
그에겐 매일매일 간직해온 전부였습니다.
가끔은 사랑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는 미움 없이, 분노 없이그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기다림이 언젠가따뜻한 손 한 번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그 손끝에 담긴 모든 말 못한 마음들이 말 없이 전해지기를, 조심스레 응원합니다.
김대성, 당신의 노래는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도, 그 진심도잊히지 않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