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 위, 미모와 가창력을 겸비한 여가수 장혜리는 대중에게 꿈 같은 존재였습니다. 1986년 ‘오늘밤에 만나요’로 단숨에 스타가 됐고,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께요’는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몰랐습니다. 그녀가 그 빛나는 순간에도 무대 공포에 시달리며 술로 두려움을 눌러야 했다는 사실을.

장혜리는 전성기에도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고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김완선, 이선희, 양수경과 나란히 무대에 설 때면 열등감이 목을 조여왔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술잔을 기울였고, 결국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은퇴 선언을 했습니다. 그 선택 뒤에는 어릴 적부터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워하던 그녀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녀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관계는 사회적 시선조차 외면할 만큼 복잡했습니다. 피난 중 만난 아버지는 이미 가족이 있는 남자였고, 어머니는 낙태를 시도하며 끝까지 자신을 거부했습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늘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가수를 그만두고 난 뒤, 장혜리는 무려 10년 동안 술에 의지해 살았습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죽고 싶어졌다”며 베란다에 서서 생의 끝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적처럼 그녀를 붙잡아준 건 믿음이었습니다. 한날 갑자기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을 두드렸고, 그 순간부터 신앙은 삶을 버텨낼 유일한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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