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1980년대를 빛냈던 청순 여배우 전세영을 기억하시나요? 단숨에 스크린을 장악했던 그에게는 모두가 부러워할 재능과 미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 몇 번의 잘못된 선택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버렸습니다.

전세영은 공부보다 카메라 앞에 서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중, 임권택 감독의 눈에 띄어 1989년 영화 ‘티켓’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열었습니다. 극 중에서 그는 가난에 지쳐 표를 팔아야 하는 안타까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맑은 얼굴에 어딘가 슬픈 눈빛이 더해져 대중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대종상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맨발의 청춘’ ‘겨울만가’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청순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남학생들의 ‘국민 첫사랑’으로 꼽혔을 만큼 독보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길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989년, 그는 승용차를 몰다 오토바이와 충돌해 운전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대로 달아나는 뺑소니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미 대중의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했는데, 더 충격적인 일은 그다음 해에 벌어졌습니다.

1990년, 과거 재벌 2세들과 어울리며 불법 약물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정에서는 죄를 뉘우치는 태도를 보여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두 번의 사건은 그의 이미지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춘 전세영은 1996년, 당대 유명 작곡가 김형석과의 결혼으로 다시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결혼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혼 7년 만에 두 사람은 생활 리듬 차이를 이유로 조용히 이혼했습니다.

이혼 후 그는 더 이상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선 여전히 서울 압구정에서 운영하던 레스토랑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추측만 남았습니다.

당시 그를 좋아했던 이들은 “처신만 잘했어도 지금쯤 대스타였을 텐데”, “그때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전세영의 이야기는 화려한 인기가 얼마나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단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어떻게 바꿔버리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일까요? 그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그의 청순했던 얼굴과 처연한 연기가 많은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