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와 딸, 이토록 애틋하면서도 벽처럼 차가운 관계가 또 있을까요? 배우 홍은희의 가슴 시린 이야기는 부모의 부재가 한 아이의 인생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는 9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습니다. 더 이상 경제적 도움조차 받지 못했던 그는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예식장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어린 어깨에 생계를 짊어졌습니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예대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그는 용기를 내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정한 거절이었습니다. “정말 돈이 없으셨던 것 같은데, 그땐 너무 화가 났어요.” 어린 시절에 새겨진 실망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마음을 닫아버렸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를 향한 앙금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결혼식조차 아버지 없이 치러야 했으니까요. “결혼이 임박해서야 전화를 드렸는데, 오겠다는 말도, 부르라는 말도 아무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 말을 전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랜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종종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마음의 빗장을 풀어줍니다. 결혼 후 5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 유준상과 가족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아버지의 고향을 지나쳤습니다. “아버지께 전화 한 번 드려보라”는 남편의 권유에 망설이던 그는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버지를 보자마자 유준상은 아스팔트 위에서 큰절을 올리며 “장인어른,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몇 년 만에 딸과 재회한 그의 아버지는 “유 서방, 나는 자네를 TV에서 많이 봤네”라며 담담하게 웃었습니다. 그 장면은 그저 소박했지만, 오랜 세월 가슴에 맺혔던 매듭이 조금은 풀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화해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직장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는 “등록금 달라 했을 때도 못 해줬는데, 마지막까지 너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며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그는 도착 10분 만에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리꾼들은 “딸과 아버지의 입장이 모두 이해된다”, “유준상 씨 진짜 좋은 남편이네요”, “그래도 마지막에 마음을 나누셨으니 다행 아닐까요”라며 깊은 공감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