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서클에 무심한 표정, 건조한 말투로 웃음을 주는 개그맨 김수용. 그런데 이 무심한 이미지 뒤엔 ‘의료계 엘리트’라는 반전 배경이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김수용은 어릴 적부터 말 그대로 ‘의사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고모까지 의사였고, 외가는 약사 집안이었죠. 특히 아버지 김관엽 씨는 인제대 의대 교수이자 상계백병원 병원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방송 출연도 잦았던 이름 있는 의사였습니다. 심지어 한 시절엔 아버지의 방송 출연료가 아들보다 많았다는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였죠.

그런 집안에서 자란 김수용이 의사가 아닌 개그맨의 길을 택한 것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연극과 코미디에 큰 관심을 가졌고, 결국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1991년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데뷔합니다. 이후 김국진, 김용만, 박수홍과 함께 ‘감자골 4인방’으로 큰 인기를 끌며 방송가를 휩쓸었죠.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개그맨이라더니 왜 TV에 안 나오냐”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고, 김수용은 이를 ‘웃픈’ 에피소드로 자주 풀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엔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존경심이 자리하고 있었죠. 안타깝게도 그의 아버지는 2023년 향년 90세로 별세하셨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마지막 길을 떠나셨습니다.

김수용의 인생은 그 자체로 드라마입니다. 모든 가족이 의사나 약사인 명문가에서 홀로 개그맨이 된 그의 선택은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웃음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까지 알게 된 지금, 김수용이라는 사람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되지 않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