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혁명! 앞을 볼 수 없게 된 아버지를 위해 오디오북 출판사까지 차린 배우의 정체!

“빛을 읽는 사람” — 배우 박정민, 삶을 연기하고 문장을 엮다

스크린 안에서 그는 언제나 낯설고도 강렬한 얼굴이었습니다.

현실 속의 그가 얼마나 투명한 사람인지, 무대 위 그의 고통과 분노와 눈물은 얼마나 진짜였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박정민은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만큼이나 복잡하고 따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2011년, 독립영화 *〈파수꾼〉*의 백희준 역으로 충격처럼 등장한 박정민은 〈동주〉, 〈사바하〉, 〈시동〉,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밀수〉, *〈하얼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변화무쌍한 얼굴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감정의 폭발력부터, 말 없는 눈빛 하나에 담긴 고요한 깊이까지

그는 말 그대로 “스크린을 믿게 만드는”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연기는 스크린 밖에서 더욱 강렬했습니다.

 

책과 사람 사이에 서다

2021년, 박정민은 ‘무제’라는 독립 출판사를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고, 나중에는 누군가의 글을 세상에 소개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는 이 출판사를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통로"라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에는 그의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눈이 많이 불편하셨어요.“

“그러다 얼마 전, 사고로 시력을 완전히 잃으셨어요.“

“어떻게든 책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디오북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박정민은 단순히 글을 읽어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배우와 성우들이 함께 라디오 드라마처럼 연기하는, 생생하고 감각적인 '듣는 소설'을 기획했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신작 *〈첫여름, 완주〉*를 시작으로, 전국 장애인 도서관에 기증하고, 수익금은 장애인재단에 기부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연기를 멈춘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만 하고 가자”

던 마음이 만든 기적연기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파수꾼〉 이후 오랜 시간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고, 한때는 배우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단칸방에서 유학 정보를 찾던 어느 날, 이준익 감독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동주〉*의 송몽규 역 제안이었습니다.

“이것만 하고 가자”

고 마음먹은 영화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그 뒤로 수많은 찬사가 따랐습니다.

“저예산 영화계의 송강호”,

“글을 진짜로 만드는 배우”,

“천부적인 재능 위에 무서운 노력까지 더한 사람”

이라는 평이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박정민은 언제나 담담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든 책상 앞에서든, 사람을 향해 다가가는 일이 하고 싶을 뿐”이라 말했습니다.

배우에서 이야기꾼으로

박정민은 지금, 배우이자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역할이지만 결국 그는 한결같이 '이야기'를 믿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말해주고, 누군가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는 사람.

그래서 그는, 여전히 연기 중입니다.

조금 다른 방식일 뿐입니다.

시력이 아닌 마음으로 책을 읽는 아버지를 위해, 세상의 문장을 귀로 듣는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박정민은 오늘도 책을 만들고, 글을 씁니다.

한 사람의 진심이 만드는 작은 혁명

수상 이력도, 필모그래피도 화려합니다.

그러나 박정민을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정확한 말은 이 한마디일지 모릅니다.

“진심이 있는 사람.”

카메라 앞에서는 연기로, 책 앞에서는 문장으로, 그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

아버지를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그.

박정민.

그는 여전히, 그리고 진심으로 빛을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