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만 4천 건의 이름, 그 안에 담긴 국민의 피로와 희망"
–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왜 여기에 있었을까
‘그 이름이 왜 거기 있었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정치인보다 나은 사람을 뽑아보자’는 한 편의 농담 같은 국민청원 속에서, 7만 4천 명의 국민이 유재석이라는 이름을 적었습니다.

놀라운 일 같지만,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1991년, 만 18세의 나이에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재석.
그는 무려 10년을 무명으로 지냈습니다.

방송국에서 자취방까지 걸어가던 밤,한 번의 대사 기회를 얻기 위해 서서 12시간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늦게 빛났고, 누구보다 성실히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최다 대상 수상자이자, 연예대상 그랜드슬램을 이룬 유일한 예능인, 한 세기를 관통한 '대한민국 1인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타이틀보다 우리가 그를 믿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정직하게 웃음을 만든 사람입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보다도, 누군가 힘들어할 때 먼저 손 내미는 그늘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이름입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1억 원 이상을 조용히 기부했고, 포항 지진 때, 코로나 극복 모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까지 재난마다 본인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며 수천만 원씩 내어왔습니다.
15년간 매달 500만 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 사실도 그를 비난한 네티즌의 댓글 때문에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선행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말 대신 삶으로 보여주는 방식, 그게 유재석입니다.
그는 선배지만 군기를 잡지 않습니다.
후배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결혼식에는 항상 가장 먼저 와서 조용히 축의금을 놓고 돌아갑니다.

가끔 지친 후배가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그들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나 같아도 그 기분이 들겠다.”
유재석이 자주 한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정상에 있어도, 그 자리에 함께 설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의 손을 놓지 않는 사람.
사람들은 그에게 ‘국민 MC’라는 별명을 붙였지만, 유재석은 한 번도 국민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국민 앞에 매주 얼굴을 보이며,
부끄럽지 않게, 실수하지 않게,
그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30년 넘게.

왜 유재석이었을까요?
이번 사연의 배경은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고위직 국민추천제’입니다.
장·차관급 인사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이 제도에서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무려 7만 4천여 건의 추천이 쏟아졌고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유재석이었습니다.

그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추천된 건‘정치인보다 나은 사람’을 향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만든 상징적 현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국민추천제에서 유재석 외에도 봉준호 감독, 아이유(이지은)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신뢰와 영향력을 갖춘 인물들이 거론됐습니다.

그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이제는 덜 거짓말하고, 더 책임지는 사람을 보고 싶다”
는국민들의 진심이 투영된 제안이었습니다.
유재석, 당황한 웃음 속 진짜 무게
유재석은 스스로를 “아무나”라고 말했지만, 정작 국민은 그를 ‘아무나’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30년 동안 단 한 번의 논란도 없이 방송을 이어온, 묵묵히 기부하고, 묵묵히 사과하며, 묵묵히 남의 얘기를 들어준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닌 자리”
라는 그 말은, 어쩌면 진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더 두려워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공은 정부로
국민추천제는 투표가 끝난 뒤,
추천받은 인물들을 검증해 향후 정부의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지금 당장 임명이 이루어지진 않더라도,
이 제도를 통해 국민의 눈에 비친 ‘진짜 인재’들이 드러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실험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다음 장관이 누가 되든, 국민은 이미 한 번, 정치가 잃어버린 신뢰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