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내 교통사고로 잃고, 18살 연하와 재혼해 45살에 늦둥이 아들 얻은 전설의 성우

“또 우리 할아버지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TV를 보던 시절, 이 목소리 하나로 온 집안이 귀를 기울이던 기억. 전설의 성우 배한성입니다. <맥가이버>, 알 파치노, 더스틴 호프먼, 로빈 윌리엄스… 그의 목소리를 거친 이름만으로도 시대가 느껴지죠.

하지만 그 찬란한 마이크 뒤에는 눈물겨운 삶이 있었습니다. 평범한 가장으로 아내, 두 딸과 살아가던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청천벽력 같은 현실 앞에, 그는 어린 두 딸을 품에 안고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3년 후, 유럽 여행길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지금의 아내. 무려 18살 차이였지만, 두 딸의 지지 속에서 사랑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45세의 나이에 다시금 아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 민수는 이제 30대를 넘겼고, 아내는 사업차 해외 체류 중. 지금은 배한성과 아들이 서울 집에서 티격태격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대 차이 나는 대화, 방 청소로 벌어지는 설전, 여자친구 이야기엔 손사래 치는 민수. 하지만 그 모든 장면 속에는 따뜻한 부정이 스며 있습니다.

78세가 된 지금도 배한성은 성우로서 활약 중입니다. 대본에 손때가 묻도록 연습하고, 성우 후배들에게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여전히 ‘현역’입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신문 배달에 연탄 배달까지 하며 가장 노릇을 했던 그는, 평생을 목소리 하나로 세상을 감동시켜 왔습니다. 지금 그의 가장 큰 바람은 단 하나. “아들이 자기 길을 잘 찾는 것.”

그저 묵묵히 응원하며, 여전히 부드럽고 단단한 목소리로 오늘도 삶을 이야기하는 배한성. 그 목소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