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아는 배우 정애리는 단순히 드라마 속 강렬한 캐릭터로만 기억되시나요? 하지만 카메라 밖에서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1978년, 무용학도였던 그가 막내 오빠의 권유로 KBS 공채 탤런트 오디션에 나가 대상을 받은 순간부터 그의 연기 인생은 시작됐습니다. ‘사랑과 진실’, ‘제1공화국’, ‘배반의 장미’ 같은 화제작에 출연하며 미모와 연기력을 두루 인정받은 그는 반짝 스타가 아닌 4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베테랑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전성기에도 마음 한구석은 늘 공허했다는 정애리. 30년 전, 드라마 촬영차 찾은 영아원에서 100명 넘는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아이들의 가장이 돼야겠다”는 다짐은 그 후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매달 1000만 원씩 10년 넘게 후원하며 한결같이 아이들을 돌봤고, 시간이 흘러도 그 약속만큼은 절대 놓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그에게 쉬운 길만 주지 않았습니다. 1985년 일반인과의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났지만 결국 이혼했고, 두 번째 결혼도 3년 만에 파국을 맞았습니다. 두 번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2016년에는 난소암이라는 혹독한 시련까지 찾아왔습니다.

1년간 이어진 항암치료는 그의 몸과 마음을 모두 갉아먹었습니다. 매일 단백질 섭취를 위해 억지로 고기를 먹으며 견뎌야 했고, 빠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다잡았습니다. 하지만 정애리는 그 아픔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고 담담히 고백했습니다.

그의 강인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난소암을 완치한 지금도 그는 여전히 봉사와 기부를 멈추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남을 위해 이토록 헌신할 수 있냐”고. 그러나 정애리는 늘 한결같습니다. “내가 가진 것 중 작은 일부라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소박한 한마디로 모든 답을 대신합니다.

혹시 오늘 하루가 버겁게 느껴지시나요? 정애리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어떤 상처도, 어떤 시련도 끝이 아니며, 그 너머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