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앞서 조건을 따지고 형편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배우 진선규와 박보경 부부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선후배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엔 서로에게 큰 감정이 없었지만, 졸업 후 같은 극단에서 함께하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진선규는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싶을 만큼 박보경의 한마디 한마디에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극단에서의 월급은 고작 30만 원. 둘을 합쳐도 연봉이 72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박보경은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 좋았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결혼은 시작이었을 뿐, 그 후의 삶은 더 고단했습니다. 카드가 끊긴 적도 있었고, 쌀통이 비어버린 날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진선규는 “쌀이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 순간 가장으로서 자괴감이 몰려왔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박보경은 주저하지 않고 “괜찮아. 준호 오빠한테 쌀 좀 달라고 해”라며 웃었습니다. 그 일도 모자라, 어머니가 물려주신 금목걸이를 팔아 쌀을 샀다는 사실을 진선규는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그는 “아내가 나보다 훨씬 대인배다.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 있었을까.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힘으로 진선규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단숨에 이름을 알리고, 청룡영화상까지 수상하며 무명 시절을 끝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박보경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수상 직후 남편에게 해준 말은 딱 한마디였습니다. “정신 차려.”

그 짧은 한 문장이 지금도 진선규에게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 같은 말이었습니다.

박보경은 한동안 육아와 내조에 전념했지만, 최근 작은 아씨들 등에서 다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진선규는 “이제 아내의 시간이 온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쌀 살 돈도 없던 두 사람의 청춘. 하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만큼은 늘 넘쳐났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도 그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