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대기업 임원의 수십 배 수입을 올리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모델 최호견. 1980년대, 삼성물산과 코오롱 등 유명 패션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활약하며 남성복 광고를 독점했던 그는 ‘잘생긴 모델’의 대명사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화려했던 전성기만 기억할 뿐, 그 뒤에 숨겨진 기구한 선택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최호견은 중학교 시절 우연히 학생복 모델로 발탁되며 광고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차화연, 황신혜, 임예진 등 톱 여배우들과 함께 CF를 찍으며 ‘국내 3대 모델 기획사’를 운영할 만큼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는 “카탈로그만 찍어도 대기업 직원 10배는 벌었다”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돈이 쏟아졌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돈과 성공이 주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함께 모델로 활동하던 선배가 거래처를 빼앗아 갔고, 믿었던 직원이 회사 돈을 들고 도망쳤습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던 그는 결국 30살의 나이에 모든 걸 내려놓고 절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결혼을 준비하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그는 결혼식 대신 출가를 택했습니다.

출가의 계기는 어쩌면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가 우연히 절에 발을 들였고, 팔공산 바위 위에서 “나는 머리를 깎을 운명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형이 대구까지 찾아와 말리려 했지만, 마음이 약해질까 일부러 형도 피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덕원스님이라는 새 이름으로 살아간 최호견은 20년 넘게 속세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는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건 결국 내 마음이었다.” 이후 옛 인연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고, 30년 동안 거절해온 방송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에 출연해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그는 옛 동료 한지일과 재회하며 웃음을 보였지만, 제작진은 몰랐습니다. 그가 이미 지병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송을 통해 자신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려 했던 걸까. 몇 달 후, 최호견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모델 한지일은 “며칠 전에 절에 오라고 전화를 받았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고독한 침묵 사이에서, 그는 결국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혹시 지금도 겉만 빛나는 삶을 부러워하고 계신가요? 최호견의 마지막 이야기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