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에만 서면 온몸이 떨리고 목소리가 잠겨버리던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가수를 꿈꾸며 대학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소녀는, 무대 울렁증 때문에 결국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죠. 바로 개그우먼 김숙의 이야기입니다.

1995년, 그는 KBS 공채 코미디언에 합격하며 전혀 다른 길에 발을 들였습니다. 원래는 개그맨이 될 생각조차 없었지만, 밴드 동료였던 이장숙이 “개그맨 시험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한 것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무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연극까지 배우던 김숙은, 데뷔 초반 ‘존재감 제로’였다고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KBS2 ‘개그콘서트’의 ‘따귀소녀’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고, 이어 ‘웃찾사’에서 “사천만 땡겨주세요” 유행어를 터뜨리며 개그계 최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지금은 국민 MC에 예능인으로 사랑받지만, 사실 그의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희극인실 특유의 똥군기에 질려버린 김숙은 “선배가 ‘밥 먹었냐’고 묻길래 인사했더니, ‘내가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사람처럼 보이냐’며 욕을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기막힌 심부름 문화도 견뎌야 했는데요. 선배가 담배 심부름에 10만원을 주자, 김숙은 무려 담배 100갑을 사 와서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돌+아이’ 기질로 위기를 웃음으로 바꾸던 김숙은 낯가림이 심해 연예인 체질이 아니라며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송은이, 양희은, 이성미 등 선배들의 따뜻한 조언과 응원으로 무명의 벽을 차근차근 넘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2016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2020 KBS 연예대상 대상을 품으며 무대 울렁증 소녀에서 ‘톱 코미디언’으로 거듭났습니다.

혹시 지금 두려움에 주저앉아 계신가요? 김숙처럼 “못할 것 같아도 해보는 것”이 때로는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여는 용기가 됩니다. 남을 웃기면서도 상처 주지 않는, 묵직한 배려를 품은 김숙의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