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단숨에 ‘한국의 브룩 실즈’로 불리며 청춘스타로 떠오른 여배우 최수지. KBS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최서희 역을 맡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연예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배경엔 충격적인 스캔들이 있었습니다.

1990년, 최수지는 한국 나이 스물셋에 재미교포 윤준일 씨와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윤 씨가 이미 탤런트 김청과 약혼한 상태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윤 씨는 두 여성과 오랜 시간 맞선을 이어갔고, 결국 최수지를 선택했습니다. 언론은 연일 ‘삼각 스캔들’을 보도했고,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김청은 “내가 왜 이런 망신을 당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당시 최수지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윤 씨와 비밀리에 밀애를 즐겼고, 주변에는 ‘이제 결혼 날짜만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선배에게 눈치가 보였는지, 연기 활동을 접고 ‘유학을 가겠다’며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습니다. 유학은 핑계였고, 미국 LA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한 도피였습니다.

이 결혼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혼 6개월 만에 두 사람은 파국을 맞았습니다. 최수지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고, 남편은 그녀의 낭비벽을, 그녀는 남편의 의처증을 탓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991년 영화 아그네스를 위하여로 재기에 성공한 최수지는 이전 스캔들을 조금씩 지워갔습니다. 최민수와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흥행과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상처, 달콤한 신부들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췄습니다.

1997년, 미군 군의관과 두 번째 결혼을 한 그녀는 딸을 낳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한때 ‘책받침 여신’이라 불리던 그녀는 그렇게 브라운관에서 멀어졌습니다. 가끔 미술 전시회를 열며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지만, 80~90년대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여전히 도회적인 미모와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그녀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최수지는 여전히 강렬한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