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안 하고 말지!” 배우 정영숙이 신인 시절 대선배 앞에서 거침없이 쏘아붙였다는 일화는 지금 들어도 놀랍습니다. 1968년 데뷔해 반세기가 넘도록 연기해온 그는 ‘해표 아줌마’라는 친근한 별명을 얻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그 이면엔 누구보다 솔직하고 당찬 성격이 있었습니다.

정영숙은 당시만 해도 연예인이라면 당연히 돈을 많이 벌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첫 월급은 고작 5천 원뿐이었습니다.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그는 사극의 대가 김재형 PD를 찾아가 “내가 대학 4학년인데 이렇게 취급해도 되느냐”며 따져 물었습니다. 김 PD는 “배우는 특수한 일이다. 실력만 있으면 수입은 백 배로 뛸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겼고, 정영숙은 순간 말문이 막혀 “연기 안 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의 이름은 점점 알려졌고, 결국 지금까지도 배우로 살아가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돌아본 정영숙은 “돌이켜보면 젊은 혈기에 무모했다”고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그의 당당함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신인이던 시절, 고개를 약간 들고 다니는 버릇 때문에 배우 안은숙에게 “건방지다”는 말을 들었고, 사미자 선배 역시 “갑자기 떴다고 건방지게 군다”고 했습니다. 이를 들은 정영숙은 “내가 왜 건방지냐”며 대들었고, 결국 다툼으로 번졌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땐 내가 경솔했다”며 웃으며 회상했지만, 그 시절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겁니다.

최근 TV조선 ‘퍼펙트 라이프’에 출연한 정영숙은 이제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이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손녀의 관심을 얻으려고 장난감을 사주고 놀아주었지만, 손녀가 엄마에게만 매달리자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배우 활동하느라 어렸을 때 많이 못 봐서 미안하다”는 말에선 진심 어린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70대에 접어든 지금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가꾸고 있습니다. 임신했을 때를 빼면 평생 50kg을 넘긴 적이 없고, 30년 전 옷도 여전히 맞는다고 자랑했습니다. 등산을 즐기며 건강을 관리한다는 그의 모습은 ‘세월도 이길 수 없는 우아함’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영숙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닙니다. 어떤 자리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꿋꿋이 해온 그의 태도는, 오늘도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합니다. 혹시 지금도 누군가의 눈치에 할 말을 삼키고 계신가요? 이 멋진 여배우처럼 당신도 한 번쯤은 당당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