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톱스타라는 이미지 뒤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배우 현빈과 이시언이 처음 만난 건 2002년 드라마 친구 촬영장에서였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같은 82년생 동갑내기였고, 낯선 현장에서 금세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이시언에게 그 시절 현빈은 단순한 동갑 친구가 아니라,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은인이었습니다.

무명이던 이시언은 늘 빠듯한 형편이었습니다. 어느 날 촬영 중 선배의 부모님이 별세해 조문을 가야 했는데, 손에 쥔 돈이 없어 부조금조차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민망하고 괴로워 주저하던 그때, 현빈이 조용히 봉투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걸로 내. 잘 되면 그때 갚아.” 이시언은 “그 순간이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배려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인 시절의 이시언은 대본이 어려워 매일 새벽마다 현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갈게, 나랑 연습 좀 해줘.” 당시 주연이던 현빈은 바쁜 스케줄에 지쳐 있었지만, 한 번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묵묵히 이시언과 대사를 맞춰주었습니다. 나중에 감독이 “새벽엔 전화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줄 만큼 두 사람은 매일같이 연습을 했습니다.

또 하나의 일화도 있습니다. 연기 초년생이었던 이시언은 현장의 용어조차 몰랐습니다. 감독이 “좀 더 액티브하게 해보라”고 주문했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 같은 동작만 반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현빈이 다가와 “시언아, 활발하게 하라는 뜻이야”라며 웃으며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시언은 훗날 “현빈이 너무 잘돼서 그동안 일부러 이런 얘기를 안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만은 늘 고마움으로 남았습니다. 배우가 되겠다며 달려들던 서툰 시절,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내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길은 긴 무명 시절을 버티게 한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