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깔나는 사투리와 애드리브로 수많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배우 박철민. 하지만 그가 숨겨온 가족사는 결코 웃음으로 덮을 수 없는 아픔이었습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얼굴을 알리며 유해진, 오달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에게, 어머니의 치매는 가장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한때 영어 교사로서 지적인 삶을 살았지만, 아버지 병간호로 지쳐있던 어느 날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생사의 경계에서 기적적으로 돌아오셨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후유증으로 신경성 치매를 앓게 되었고, 결국 5살 지적 수준으로 퇴행하셨습니다. 이제 어머니에게 박철민은 ‘아들’이 아닌 그저 친절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그의 아픈 현실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운전하던 그는 “엄마, 내 이름이 뭐야?”라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이름이 뭐야?”라며 되묻기만 했습니다. 이어 “내 이름이 뭐냐고…” 다시 묻자, 어머니는 끝내 대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순간 그의 눈가에는 참아내던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아픔은 어머니의 손맛이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어린 시절 먹던 조기매운탕을 다시 맛보고 싶다며 셰프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음식이 완성되자 그는 한 숟갈에 울컥했고 “어떡해, 똑같아…”라며 흐느꼈습니다. 비린내까지 똑같다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더 안 먹어도 된다. 너무 좋다”고 말하던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혹시 지금도 당연하게 곁에 있는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고 계신가요? 박철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오늘 하루라도 더, 부모님의 손을 꼭 잡아야 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한다고요. 지금이 아니면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