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 연속 1위' 통기타 하나로 140만장, 데뷔하자마자 밀리언셀러 찍은 가수의 정체

90년대를 통째로 사로잡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그 시작은 놀라울 만큼 소박했습니다.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던 평범한 청년이 통기타 동아리 ‘팝스 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며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대전의 작은 카페 무대에 서던 그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점점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역 라디오 고정 게스트, 코러스 활동으로 이름을 알리던 신승훈은 결국 꿈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뜻밖의 장질환으로 다시 대전으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포기했을 순간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이 만든 데모 테이프를 작사가 신재각에게 보냈습니다. 그 한 번의 용기로 작곡가 김창환과 연결됐고, 데뷔 기회를 얻었습니다.

1990년, 첫 앨범을 발표했지만 시작은 험난했습니다. 결막염과 걸프전으로 첫 방송이 줄줄이 취소됐고, ‘미소 속에 비친 그대’는 제대로 빛을 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1991년 5월 19일, KBS 가요톱10 무대에 오르자마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해 골든컵을 차지하며 데뷔 앨범은 국내 최초 140만 장 밀리언셀러에 올랐습니다.

 

이듬해 발표한 ‘보이지 않는 사랑’은 무려 1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오릅니다. 이후에도 7집 연속 밀리언셀러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6집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아시아 최단기간 1,000만 장 판매를 돌파했고, 미국 빌보드 인터내셔널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드라마나 예능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CF조차 찍지 않은 그의 고집은 “음악 외엔 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이 원칙이야말로 신승훈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것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노래합니다. 디지털 싱글 ‘폴라로이드’를 발표하고 후배 가수를 제작하며 또 다른 음악의 길을 개척합니다.

한 번의 우연이,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바뀌기까지. 통기타 하나로 시작해 한국 가요계에 새 역사를 쓴 그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울려 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