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눈빛과 단아한 미소로 1980년대 최고의 ‘국민 며느리’라 불렸던 배우 박순애. 하지만 그녀의 삶은 우리가 알고 있는 청순한 이미지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파격적인 반전으로 가득합니다.

박순애는 1986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자마자 사극 《조선왕조 500년》에서 인현왕후 역을 맡으며 단숨에 안방극장의 여왕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늘 ‘단정하고 고운 며느리’ 같은 이미지에 갇혀야 했습니다. 이를 깨기 위해 처제를 연기하며 언니의 약혼자를 유혹하는 파격적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대중은 여전히 그녀에게 ‘고운 박순애’를 원했고,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했죠.

그러던 중 《한지붕 세가족》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 유부남 배우 이효정과의 열애설이 터지며 그녀의 커리어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그였지만 “내가 미혼이어서 이런 꼴을 당하나 싶었다”는 말로 마음고생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스캔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그녀는 뜻밖의 약혼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언론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소개된 그의 남편, 사실은 국내 최대 주정기업 풍국주정의 차남 이한용이었습니다. 그렇게 박순애는 1994년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조용히 떠나, 경영에도 일부 참여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이 다시 화제가 된 건 201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풍국주정이 수소차 테마주로 급등하자, 그녀의 주식 가치가 100억을 훌쩍 넘기며 ‘연예인 주식부자 5위’에 오른 것이죠. 2019년에는 보유 지분이 무려 340억 원에 달하며 연예계 은퇴자 중 가장 높은 자산가로 기록됐습니다.

지금도 박순애는 남편과 함께 한남동 고급 자택에 거주하며 세 자녀를 두고 조용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식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길용우 아들 결혼식이나 미술 클래스에서 간혹 반가운 얼굴을 비추곤 합니다.

화려했던 스포트라이트를 내려놓고도,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가는 박순애.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엔 언제나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린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