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채리나와 야구선수 출신 박용근. 두 사람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10년을 부부로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 알리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잔혹하고 슬픈 사건이 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2012년, 강남의 한 주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채리나와 박용근은 지인들과 그 자리에 있었고, 갑작스러운 범인의 공격에 지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박용근도 간을 40% 절제해야 할 만큼 중상을 입었습니다. “사망 확률이 99%”라는 의사의 말에 채리나는 오열하며 기도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이 사람을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퇴원 후 박용근은 병실에 누워 채리나에게 조심스럽게 고백했습니다. 그 충격과 공포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며 연인이 됐고, 자연스럽게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알리고 축하받는 일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 고통이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린 그냥 조용히 살자, 튀지 말자.”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결혼식은커녕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미안함과 책임감 속에서 가족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10년이 흘렀어도 그날의 기억은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서야 채리나는 작은 용기를 냈습니다. 방송에서 처음으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함께 살아온 어머니도 눈물을 글썽이며 “외로움 타는 리나가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딸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결혼식 후보로 야구장이 언급됐습니다. 박용근의 선수 시절과 함께했던 장소, 그들의 모든 시작이 겹쳐있는 특별한 공간이었기에 더 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10년 전 상상할 수 없는 아픔에서 시작된 이 사랑은 아직도 조심스럽고, 여전히 진심으로 가득합니다. 결혼식이라는 단어를 이제야 입에 올리게 된 이유, 그 안에는 죄책감과 감사, 그리고 서로에 대한 깊은 책임이 담겨 있습니다. 채리나와 박용근, 두 사람의 조용한 이야기는 오히려 가장 깊은 사랑의 증명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