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라디오의 살아있는 전설, 배철수. 하지만 그가 ‘음악캠프’에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1990년, MBC는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DJ 후보를 물색했고, 당시 박혜영 PD는 고민 끝에 구창모 대신 배철수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정 하나로 두 사람의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좁디좁은 라디오 부스 안에서 매일같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저 DJ와 PD의 관계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언론은 두 사람의 친밀한 분위기를 포착했고, ‘스캔들’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터뜨렸습니다.

뜻밖의 보도에 박혜영 PD는 큰 충격을 받았고, 배철수는 그를 조용히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이 서서히 기울어갔습니다. 배철수는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가까워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박혜영 PD 또한 “처음엔 이 사람이 너무 피폐해 보였어요. 내가 곁에 있으면 분명 더 나아질 거라고 느꼈어요”라고 고백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은 나이였고, 화려한 연애를 할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스튜디오에서 매일 나눈 대화와 위로가 결국 사랑으로 번졌습니다. 그리고 1991년,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라디오에서 눈맞은 사랑’을 두고 수군거렸지만, 배철수는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나는 늘 화난 얼굴로 살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을 만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혼 이후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결같이 함께하며 라디오만큼이나 오래된 부부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배철수가 말했습니다. “음악도, 사람도 결국 진심이 남는다.” 소문으로 시작된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졌고, 오늘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튜디오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이 러브스토리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는,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