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배우 얼굴이 아니야.” 단 한 번도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현실 앞에, 어린 전소민은 그저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화려한 예능감으로 사랑받는 지금의 모습 뒤엔, 9년의 무명과 고통이 숨어 있었습니다.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때 MBC ‘미라클’ 단막극에서 작은 역할로 데뷔한 전소민. 이후 ‘에덴의 동쪽’에 기순 역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조금씩 알렸지만, 긴 무명 시절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의 1년 동안 작품이 없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틈틈이 오디션을 보러 다녔죠. 그러나 매번 돌아오는 말은 잔인했습니다. “주연배우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거야. 넌 그런 얼굴이 아니야.”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단막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때였습니다. 연출자의 거친 말투에 매번 NG를 낼 때마다 머리를 맞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놀라고 아팠지만, 맞는 게 싫어서 스스로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감독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더 세게 때렸다고 합니다. 이름조차 기억 못 해 “야! 동덕여대! 너 어디 있냐!”라고 불리던 순간도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끝날 것 같던 무명 시절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주인공 오로라 역을 맡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MBC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드디어 ‘전소민’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죠.

2017년부터는 SBS ‘런닝맨’에 고정 출연해 몸을 사리지 않는 예능감으로 또 한 번 자신의 무대를 확장했습니다. 누구도 주지 않았던 기회를 결국 스스로 쟁취해낸 셈입니다.

이제 그녀의 이름은 무명의 굴욕이 아니라,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용기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예능과 연기를 오가며 당당하게 빛나는 전소민의 이야기. 그 지난 시간이 있었기에 더 값진 오늘이 아닐까요?

당신이라면 이 긴 9년의 무명을 버틸 수 있으셨을까요?